≪김구림≫- 전시 에세이

2023년 12월 1일

안녕하세요. 옆미의 누군가입니다. 저의 존재를 밝히는 것에는 약간의 부끄럼이 있어 익명의 보호 아래 여러분들을 만나뵙네요. 미술에 대한 이야기를 쓰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죠. 특히나 비평이라는 단어를 사용하게 될 때는 그 의미가 가치 매김과 동일한 거 같고, 내가 아닌 다른 누군가의 결과물에 대해 이야기를 하는 것은 아무래도 조심스럽죠.
그래도 미술, 폭넓게 보는 예술은 주관이 허용되는 특별한 분야이니 저의 소소한 취향, 생각을 담은 이야기들을 전시를 중심으로 써 보려고 해요. 제가 쓰고 싶은 글의 어투는 대체적으로 친절했으면 좋겠어요. 이 글을 읽는 사람들 뿐만 아니라 저에게도 말이죠.

 그래서 저에게 가장 친숙한 공간에서의 전시를 떠올려봤어요. 바로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인데요. 흔히들 국현미라고 줄여 부르는 그 공간, 현재 이 공간에서는 한국 작가들의 전시가 진행되고 있어요. 요새 전 세계적으로 한국 작가에 대한 관심이 엄청 난 거 같더라구요. 내로라하는 갤러리 혹은 미술관들에서 한국 작가들에 대한 회고전이나 개인전을 하는 것을 보면 새삼 느낀 답니다. 그 중에 전 김구림 작가의 전시에 대해 이야기 해보려해요.

 현재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진행되고 있는 김구림 개인전은 8월 25일(금)에 개최되어 내년 2월 12일(월)까지로 예정되 어 있어요. 전시 기간이 넉넉하니 관심 있으신 분들은 방문하셔서 관람하셔도 좋을 거 같네요.

 김구림 작가는 한국 실험미술의 선구자로 당시로는 파격적인 행보를 보이며 한국의 포스트 모더니즘을 연 인물로 평가받고 있 어요. 한국 미술계에 있어서 중요한 족적을 남긴 작가지만, 그동안 대중들에게 알려질 기회가 많지 않았는데 이번 국립현대미술관에서의 대규모 회고전을 통해 50년대 후반 평면 추상 작업부터 신작까지 그의 작품의 경향을 살펴볼 수 있게 되었어요.

 본 포스팅은 전적으로 저의 주관적인 견해로 가득하기에 제가 특히나 마음에 들었던 작품들, 보면서 떠올랐던 것들을 위주로 여러분들과 공유하고자 해요. 저의 기억으로 하여금 여러분들의 전시 기억도 상기 시키고 혹은 기대시킬 수 있길 바랍니다.

<핵 0-64> (1964)

이 작품은 1964년도에 제작된 작품인데요. 당시 전쟁 이후 많은 한국 작가들이 인간의 실존에 대해, 전쟁의 참상에 대한 다소 우울한 작업을 진행했는데 김구림 작가님 역시 죽음, 핵, 질 등의 소재로 전쟁 이후 시대의 실존적인 문제 의식을 다루셨어요. 우리가 흔히 알던 캔버스 위 유화 물감이 아닌, 라이터로 태운 듯한 표현이 화상 자국 같기도 하고 폭탄 구멍 같기도 하고, 까만 연기에 쌓여 있는 것 같기도 하는… 다양한 심상을 불러 일으키는 거 같아요. 

이 사진은 작품 중 제가 마음에 들었던 부분을 확대해 찍은 사진이에요. 핵으로 인 한 폭발을 연상 시킴과 동시에 다가오는 죽음의 두려움 등을 떠올리게 만든, 가장 인상깊은 표현이었어요. 

<매개항> (1972)

작품을 보고 다른 작가의 전시에 왔나 싶었는데요. 저는 이우환 작가가 생각났어요. 이전에 국제 갤러리에서 열린 이우환 작가의 개인전에서 본 모노하 경향의 작품들 이 함께 떠오르더라고요.

실제로 김구림 작가님도 70년대에 당시 성행했던 모노하 영향을 받았다고 해요. 모노하란 사물을 있는 그대로 놓아 그 사물이 놓인 환경, 맥락 등에 더욱 집중하도록 하는 미술 용어예요.

<걸레> (1974)

전시 초반부에 등장한 작품인데, 시간의 흐름이 가장 먼저 떠올랐어요. 먼지와 때 를 가득 흡수한 걸레가 흰 천 위에 놓이면서 번지는, 그 흐름이 느껴졌다고 할까요?

전시를 보기 전 알고 있던 김구림 작가의 대표작이 <현상에서 흔적으로>인데 이 작품 역시 그와 연관이 있구나, 하면서 전시를 관람한 거 같아요.

<가상> (1987)

작품을 마주했을 때 피식이 아닌 쓰윽 웃게 되는 작품이었어요. 워낙 실험적인 작품이 인상적인 작가인지라 회화 라는 다소 딱딱한 매체를 어떻게 사용 하실지 궁금했는데 정말 제 기대를 완벽히 충족시켜 준 작품이었던 거 같아요.

캔버스를 삐져나온 저 나뭇가지가 작품 제목을 완벽히 설명해주는 느낌 역시 받았답니다.

이런 생각도 해봤어요. 화면 안에 실제 나뭇가지를 등장시켜서 가상임을 느끼게 하는 것과 동시에 캔버스 틀로 가상임을 확인 시켜주는 것, 공교롭게 캔버스 틀도 나무로 만들어졌고요.

<음과 양> 시리즈

왼쪽 <음과 양 21-S 75>(2021) 오른쪽 못 찾음 ᄒᄒ

음과 양을 주제로 한 이러한 연작들 역시 너무나도 재밌었어요. 종교인들에게 양을 넘어 신성함 그 자체인 성경 위로 마치 악령에 씌여 피를 토한 듯한 것과 그 위에 해골, 살생을 금지하는 불교와 살생을 야기하는 전쟁. 두 극단을 한 곳에 모아 작업을 한 것이 설득력 있으면서도 관람객들이 그 내재된 의미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볼 수 있도록 만든 것 같았어요.

어느 것이 음이고 어느 것이 양인지 생각하고, 음의 존재로 더욱 소중해지는 양의 존재들. 작품의 의미가 참 좋았던 거 같아요.

포토 콜라주로 아카이빙 된 듯한 후반의 이미지 작업들도 괴이하면서도 계속 생각 하게 만드는 것들이었어요.

뒤샹의 이동식 미술관도 떠올랐고요. 콜라주를 책자와 함을 이용해서 진행하셨는 데 이를 보고 가장 아날로그적인 아카이빙 방식임과 동시에 그 내용들은 무엇보다도 전위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답니다.

사실 제가 선택한 작품들은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김구림 작가의 작품들이라 다소 낯설게 느껴지실 수도 있을 거 같아요. 하지만 이런 게 전시의 묘미이죠. 보는 사람들 각각의 흥미와 관심이 다르듯 앞에 머무르게 되는 작품 역시 다 다르니깐요. 여러분의 취향은 어떠셨나요? 혹시 전시를 보신 분들이 계시다면 여러분들의 관심을 공유해주세요. 안 보신 분들도 본인의 취향껏 즐기셨으면 합니다.

 

꼭 공유받고 싶네요. 저 혼자 취향을 들키는 것은 부끄럽잖아요.?

이미지 출처
포스터: 국립현대미술관 공식 홈페이지
글 이미지: 옆미의 누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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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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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5월 18일

저도 isbn의 게임 작품 가장 재미있었던 것 같아요! 특히나 왼쪽에 위치한 게임 속에 등장하는 작품들과 작품의 캡션이 인상깊더라구요!

익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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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12월 05일

저는 김구림 작가의 연계 공연을 보았는데요, 직접 작가님도 연극에 참여하셔서 인상 깊었습니다.

김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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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W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