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진지한 고백:장욱진 회고전≫ – 전시 에세이

2023년 1월 13일

안녕하세요 오랜만에 인사드리네요. 옆미의 누군가입니다.
어느 순간부터 전시를 보는 것이 사치라는 생각이 들더랬어요.
마음 속 여유가 없어서 그런지 몰라도 전시장으로 차마 발걸음을 옮길 수 없었는데 크리스마스에 여유를 다시 되찾고자 미술관을 방문했답니다.

현재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에서 열리는 장욱진 회고전을 보러 갔어요. 최근에 국내의 큰 미술관에서 한국 미술인에 대해 재조명하는 회고전을 많이 개최해서 한국미술 덕후인 저는 이번 전시 소식을 듣고 무척 설레었답니다. 전시 기간은 2월 12일까지라고 해요. 미술관 가는 길에 겨울의 덕수궁의 모습을 느낄 수 있으니 다들 한 번 방문하시는 것을 추천드려요.

장욱진에 대해 간단한 설명을 하자면, 대표적으로 아이 같은 그림을 그리는 화가예요. 생전에 한량 스타일을 고수했던 화가로 알려져 있고, 전해진 바에 따르면 늘 헐렁한 옷차림에 술을 좋아하셨다고 해요. 언뜻 작업에 몰두하는 스타일은 아니라고 들은 적이 있는데, 이번 회고전에서 보니 작업량이 어마무시하던데… 작품 대부분이 소품이고 그려진 대상 역시 진지하기 보다는 가벼운 느낌이 들긴 하지만, 그것이 또 장욱진의 매력이랄까요. 전쟁을 겪으며 심각함을 담는 것보다는 어린아이처럼 단순하고 심플하게 그려내고 싶으셨던 거 같아요.

<마을> 1957

제가 알고 있던 장욱진의 작품은 색조가 환하고 좀 더 명랑한 분위기를 가졌는데, 이 작품은 어두운 녹색 조의 배경이라 시선이 더욱 갔던 거 같네요. 아마 작품에서 느껴지는 가족들의 단란함 때문인지 색조가 어두움에도 불구하고 평온해 보여요.

들판에 나가 소를 이용해 농사를 짓는 가장이 본인이었을까요? 집에서 기다리는 처자식들의 모습이나 농부의 모습이 무척 사랑스러웠답니다.

소! 많이 익숙하지 않나요? 마침 지나가면서 어떤 분이 이중섭 이야기를 하더라고요. 장욱진의 다른 작품에도 소가 유난히 많이 보이는 듯 한데, 소와 닭 등 이 시절에는 집에서 키우던 가축들이 민중의 상징이었나 봐요.

<월목> 1963, <가족과 나무> 1983

나무 목 木자가 명확히 보이는 두 작품이죠. 두 작품 사이에 20년의 세월이 있다는 사실은 지금 저도 찾아보면서 알았어요.

유난히 해와 달 아래에 있는 나무를 강조하신 거 같아요. 왼쪽의 작품의 경우에는 마티에르라고 하죠? 깔끔하게 발린 물감이 아닌, 덩어리지고 굳은 듯한 물감의 재료적 속성이 보여요. 이렇듯 유화의 특성이 보이면서 서양 사조인 앵포르멜의 특징이 잘 엿보여서 서양의 것과 한국의 것을 융합하고자 했던 걸까?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오른쪽의 작품은? 좀 더 자신만의 정체성을 찾은 느낌!
해, 까치, 나무, 가족들까지 수직으로 보이는 친숙한 대상물들이 단순해 보이면서도 조화를 이루는 것을 보니 마음의 평화가 오지 않나요?

<앞뜰> 1969

개인적으로 이 작품을 보고 평온함을 느꼈던 거 같아요.
얼굴의 표정이 잘 보이진 않으나 마루에 누워있는 인물의 자세가 너무나도 편해 보이지 않나요?
장욱진에게 ‘집’이 얼마나 편한 공간인지가 드러나는 작품이었던 거 같아요.
마침 요새 제가 집에서 요양을 하는 것과 겹쳐 보여서 유난히 기분이 좋았던 작품이었답니다.

<자화상> 1951

이 전시의 묘미 중 하나, 작품과 함께 작가의 글이 함께 전시가 되어 있어요. 표면적으로 볼 때 잘 드러나지 않는 작가의 예술관이 글을 통해 보이면서 그림에 대한 공감을 이끌어내는 거 같았어요.
이 작품의 경우 평화로운 시골 풍경 속 도회적인 연미복 차림의 신사, 그를 따르는 강아지, 공중에서 함께하는 새가 보이죠? 시기로 보면 6.25 한국 전쟁이 한창일 시기인데 평화로운 풍경에 스스로를 위치하는 것이 이질적 이게도 느껴지는데 오히려 상황을 반어적으로, 동시에 화가의 이상향에 대해 그려 넣은 듯해요.
작품이 엄청 작은 사이즈여서 한참을 들여다본 기억이 있네요.

<가족도> 1955
사실 이 작품을 보러 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랍니다. 전시를 보기 이전에 학교에서 이 전시를 기획하신 학예사님의 강연을 들었는데, 60년 만에 일본에서 귀환한 장욱진의 최초의 가족도라고 해요.

학예사님이 직접 수집가에게 연락해서 댁에 방문한 후 발굴작업을 하신 이야기를 듣고 이 작품을 보니 정말 감회가 남다르더라고요. 구전으로만 전해져 내려온 이 작품을 추적해 온 학예사님… 정말 대단하십니다.

한편으로는 이런 식으로 아직 우리나라에 귀환하지 못한 작품들이 더더욱 많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희망적인 것은 요새 미술에 대한 관심이 많으니 이러한 시도나 연구가 계속되겠죠?

전시장 전경

강연 자료

이 전시에서 제일 좋은 점. 바로 전시 공간 디자인이랍니다! 앞서 말했듯 학예사님의 강연을 들으면서 전시장 디자인에 있어서 조선 후기의 민가 건축을 참고하셨다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장욱진이 살아생전 총 4개의 한옥을 직접 수리해서 집이자 본인의 아틀리에로 만들었다고 해요.
그만큼 집은 작가의 예술적 영혼이 깃든 공간이었기에 전시장 역시
당시의 집, 한옥의 구조에서 창안했다고 들었습니다. 정말… 공간이 너무 좋아요. 마치 작가의 아틀리에에 직접 방문해서 작품 사이를 거니는 느낌이랄까요.

모두들 제발 방문해 주세요.

제가 너무 좋아하는 전시였다 보니 주저리주저리 글이 길어졌네요.
사실 전하고 싶은 이야기가 더더욱 많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제 욕심이고 각자의 관점은 모두 다르니까요. 그렇지만 분명히 말씀드리는 바는, 장욱진 전시는 정말 기획과 작품
모든 게 만족스러웠던 전시였다는 것이에요.


이번 AND Club에서 장욱진 전시를 다룬다고 하니, 관심 있으신 분들은 참여하시면서 이런 소소한 이야기를 나눴으면 해요.
저도 언젠가 모더레이터로 등장할 수도 있으니 많은 참여 부탁드립니다 ㅎㅎ

조만간 다시 찾아뵐게요.

이미지 출처
포스터: 국립현대미술관 공식 홈페이지
글 이미지: 옆미의 누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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