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서 와요, 오픈스튜디오에. (VOL 1)

2024년 04월 18일
이웃 승규님

어서 와요, 오픈스튜디오에. 

좋아하는 사람이 생기고, 점점 그 마음이 커질 때마다 궁금해지는 건 어쩔 수 없는 과정인 듯하다.어떤 음악을 좋아하는지, 싫어하는 음식은 있는지, 더 나아가서 그렇게 된 계기는 뭘까. 어렸을 때는 어땠을까, 어떤 여름 방학을 보냈으며, 학교 졸업식 때 많이 아쉬워했을까.궁금증은 어떤 대상을 알고 싶다는 점에서 호기심과 별반 다를 바 없지만, 자신만의 고유한 성질을 갖고 있다. 그것은 ‘몹시 답답하고 안타까운 마음’이다. 좋아하는 정도에 따라 그 마음은 걷잡을 수 없이 커질 터다. 하루가 다르게 자라는 강아지처럼, 우기 때 수풀처럼.

호기심(好奇心) : 새롭고 신기한 것을 좋아하거나 모르는 것을 알고 싶어 하는 마음.
궁금증(궁금症) : 무엇이 알고 싶어 몹시 답답하고 안타까운 마음. 출처_표준국어대사전.

전시에서 그림을 볼 때마다 궁금증은 날로 커졌다. oil on canvas, acrylic on canvas, 장지에 채색, 순지에 수묵…
캡션에서 매번 보는 것들이지만, 사실 각각의 재료를 독립적으로 본 적은 없다. 그림을 그리는 데 쓰인 붓과 같은 도구도 그렇고 (물론 예전 미술 시간에 붓을 써보긴 했는데, 여러 에피소드 중 단편만 본 느낌이다). 지금까지 봤던 그림들은 항상 완성된 형태로 전시되어 있었기에 그 이전의 과정에 대한 모습들은 짐작할 수밖에 없었다. 짐작에 쓰인 색깔은 한두 가지, 다채롭지 못하다.그림을 그리는 데 사용된 재료와 도구, 그리고 이것들로 그림을 그리는 과정이 몹시 궁금했다. 때론 답답하고 안타까운 마음이 들 정도로. ‘작업실에 가보고 싶다. 그곳에 가면 궁금증의 크기도 다소 줄어들 테지.’ 오픈스튜디오가 열리는 소식을 접하면, 그곳으로 날았다. 궁금증은 날갯짓하는 걸까?

* 오픈스튜디오는 최근에 갔던 순서대로 소개된다.
기억을 더듬으며 점점 과거로 나아가다 처음에 이르게 되는 것.처음 앞에서 과연 어떤 표정을 짓게 될까?

목차

– 홍익대학교

– 동덕여자대학교

– 추계예술대학교

홍익대학교. 

홍익대학교에 처음 간 건 2022년 5월 19일이었다. 동양화과 석사청구전을 보기 위해 네이버 지도를 보며 찾아갔던 모습이 아직도 눈앞에 선하다. 전시는 문헌관 4층에 위치한 현대미술관에서 진행되었는데, 입구로 들어가기 전 얼마간 물끄러미 건물을 올려다보았다. 여기가 홍익대학교구나, 하고 생각했었는데, 그제야 실감이 났던 것이리라. 

덧 

홍익대학교 현대미술관은 1관(문헌관 4층)과 2관(홍문관 2층)으로 되어있는데, 2관이 있다는걸, 작년 아시아프 때 처음 알게 되었다.

* 홍익대학교 일반대학원 동양화과 석사학위 청구전, 2022.05.16 – 05.20, 홍익대학교 현대미술관 홍익대학교에서 본 첫 오픈스튜디오는 동양화과 대학원 전시였다.


홍익대학교에서 본 첫 오픈스튜디오는 동양화과 대학원 전시였다. 지난 2023 아시아프에서 알게 된 작가님이 있는데, 그분 SNS를 통해 오픈스튜디오 소식을 접하게 되었다. 아시아프 1부에서 이 작가님의 작품을 보고 수묵화가 이렇게 다채로울 수 있구나, 하고 생각했다. 그 앞을 쉬이 떠나지 못하고 천천히 색채의 수를 세던 모습은 마치 볕 좋은 곳에 자리 잡은 고양이 같았다. 

< 2023 아시아프, 2023.07.25 – 08.20, 1부 07.25 – 08.06, 2부 08.08 – 08.20, 홍익대학교 현대미술관 > 

2023 아시아프
2023 아시아프

< 홍익대학교 일반대학원 동양화과 오픈스튜디오 >
“켜켜이”
2023.12.18 – 12.23, 제 4공학관 T201 – T211호

오픈스튜디오는 제 4공학관에서 진행되었다. 지금까지 홍익대학교에서 가본 곳은 현대미술관뿐이라, 공학관을 찾는데 그리 길지는 않더라도 제법 시간이 걸렸다. 그래도 일단 공학관에 들어서니 바닥에 오픈스튜디오로 향하는 화살표가 있어서 어렵지 않게 도착할 수 있었다. 화살표를 따라가며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와 헨젤과 그레텔을 떠올렸는데, 그래서 그런지 동화 같은 느낌이 들었다. 

여러 종류의 붓과 물감들이 날 반기고, 작업을 위한 자료들에선 고민의 흔적이 느껴진다. 지금까지의 작업이 담긴 작가 노트는 왠지 일기장 같은 느낌이 들지만, 보는 게 허락된 지금을 놓칠 순 없다. 작업실에 있는 그림은 전시장에서 보는 그림보다 훨씬 친숙해 보여, 옆 반에 놀러 온 듯한 기분이 들었다. 이 친밀감이 걸음의 속도를 늦췄는지도 모른다. 여유롭게 이동하며 서두를 거 없는 마음과 느긋한 한때를 보냈다.

지난 아시아프 이후로 오랜만에 본 수묵화는 여전히 다채로웠다.

< 홍익대학교 동양화과 오픈스튜디오 >2023.12.28 – 12.31, 미술종합강의동(U동) U301, U201, U601

미술종합강의동은 건물 밖에 설치된 표지판 덕분에 위치를 수월하게 찾을 수 있었다.

지난 오픈스튜디오가 동양화과 대학원 전시였다면, 이번엔 같은 과의 학부 전시다. 홍익대학교에서 이렇게 이른 시일 내에 오픈스튜디오를 다시 보게 될 줄 몰랐는데, 예상 밖의 행운이었다. 

지난번과 마찬가지로 SNS에서 알고 있던 분을 통해 오픈스튜디오 소식을 접하게 되었다. 이번엔 공학관이 아닌 미술종합강의동(U동)이었고, 2층(U201)과 3층(U301) 그리고 6층(U601)에서 전시가 진행되었다. 1학년부터 3학년까지 각각 오픈스튜디오를 볼 수 있었다. 아래층부터 위층으로 갈수록 학년이 높아지는 줄 알았는데, 2층이 2학년, 3층이 1학년이었다. 보기 좋게 빗나간 예상과 함께 엘리베이터를 타고 2층 버튼을 눌렀다. 

U201> 

201호에 들어서자 우선 층고가 조금 높은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실제로 그런지는 알 수 없지만.당시 계절과는 다르게 작업실에 들어온 볕은 봄날의 그것을 연상하게 했다. 방문한 시간대가 오전이라 전시를 보는 사람은 극히 적었고, 고요함 속에서 느긋하게 걸음을 옮겼다. 문득 온실에 있는 듯한 기분이 들어 어딘가에 가만히 앉아 볕을 쬐면 좋을 텐데, 하고 생각했다. 작업실에 있는 그림들이 저마다의 온기를 뿜는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볕 대신 그림을 쬐는 것도 괜찮을 것이다. 

무척 편안한, 그것과 같은 정도의 따뜻함. 

U301> 

301호에 들어갔을 때, 지금까지 봐왔던 오픈스튜디오와는 다른 풍경이 펼쳐져 있었다. 아는 분께 이야기를 들어보니, 파티션이 생기고 공간 분리가 되면서 개인공간이 생기는 건 2학년부터라고 한다. 당시엔 이와 같은 사실을 알지 못해서 당황스러웠던 기억이 난다. 어리둥절함이 발걸음을 재촉했던 걸까. 얼마 머물지 못하고 6층으로 향했다. 때론 다음에 대한 기약은 아쉬움으로부터 비롯된다. 

U601> 

601호는 무척 넓었다. 작업실을 사용 중인 인원이 많아서 그런지는 몰라도 일부 미로 같은 느낌도 들었다. 중간중간 커튼이 쳐져 있어 내부에 들어온 빛은 다락방의 볕을 떠올리게 했다(그림을 보는 데 문제는 없었다). 201호가 포근한 온실이었다면, 601호는 아늑한 다락방이었다.낯선 지역에 발을 들여놓은 탐험가의 걸음을 조금 빌려와 천천히 걸었다. 그렇게 작성된 지도는 다분히 주관적이고, 여러 감정이 섞인 종이 뭉치일 것이다. 수수께끼 공간엔 다락방의 아늑함과 탐험지의 낯섦이 공존한다. 그곳에 위험한 대상은 없고, 다양한 그림으로 구성된 풍경이 신비함을 은은하게 드러내고 있다.

덧 
작년에 홍익대학교 동양화과 졸업 전시(2023.11.20 – 25)를 보았다. 시간 순서대로 하면, 졸업 전시 – 대학원 오픈스튜디오 – 학부 오픈스튜디오, 이렇게 된다. 의도한 것은 아니었지만, 1학년부터 4학년, 그리고 대학원까지 전반적으로 둘러보게 되었다. 그저 행운이었다고밖에 할 수 없으리라.

동덕여자대학교. 

평소 지하철 6호선을 이용하기 때문에 월곡역은 무척 익숙한 역이다. 다만 그 근방에 갈 일이 없어 지금까지 지나치기만 했었다. 이번 동덕여자대학교 서양화과 대학원 오픈스튜디오를 보러 가기 위해 처음으로 월곡역에서 내렸다. 3번 출구로 향하는 동안 지금까지 마주쳐 알고만 있던 사람에게 처음으로 말을 거는 느낌이 들었는데, 밖으로 나와 무심코 올려다본 하늘은 유독 파랬다고 기억한다. 

동덕여자대학교에 방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지만, 이전에 보았던 전시, <에버레버 아트 프로젝트> 참여대학 중 동덕여자대학교가 있었기에 나름의 인연이 있다고 할 수 있다. 지난 전시에서 알게 된 분을 통해 오픈스튜디오 소식을 접하게 되었다.

* 에버레버 아트 프로젝트.

성북에서는 2023 문화도시조성 예비사업 <하이퍼링크 :시각예술분야> 의 일환으로 전시지원 사업인 에버레버 아트 프로젝트를 추진, 지역의 예술대학(원) 교수 추천 및 공모를 통해 39명의 다양하고 개성있는 작가들을 선정했다. 이에, 회화, 조각, 영상, 설치 등 다양한 장르의 작가들이 8월 3일부터 성북 지역의 멋진 예술공간 5곳에서 전시를 개최한다.

2023.08.03 – 08.19

참여대학: 고려대학교, 국민대학교, 동덕여자대학교, 성신여자대학교, 한국종합예술학교, 한성대학교.

출처_성북문화재단.

< 2023 동덕여자대학교 서양화 대학원 open studio >”쌍 무지개 뜬 날”2023.12.15 – 12.22, (동덕여자대학교) 예지관 B154 


오픈스튜디오가 진행 중인 예지관은 정문에서 다소 떨어진 곳에 있었지만, 찾는 데 어려움은 없었다. 처음 가는 학교에서 위치를 찾을 때 지도 앱을 사용하기보다는 주로 캠퍼스 맵과 주변에 위치한 표지판을 보며 찾아간다. 처음부터 그런 것은 아니었는데, 어느 순간 습관이 되었다. 학교를 입체적으로 마주하는 느낌이 들어서 그런 걸까? 첫 만남에 하는 일종의 악수 같기도 하다. 목적지에 빠른 걸음으로 가기보다는 눈에 닿는 곳이 전부 새로워 조금 천천히 걸었다. 다음에 이곳에 왔을 때, 알은체를 할 수 있도록. 

예지관에 출입하기 위해서는 출입 카드 같은 게 필요하다는 걸 도착하고 나서야 알게 되었다. 지인분께 사전에 연락드렸어야 했는데, 곤란하게 되었다고 생각하는 찰나, 다행히 건물에서 나오는 사람이 있었다. 공교로운 일이었지만, 학교에 전시 보러 가면 평소보다 운이 좋아지는 것 같다고 생각하며 오픈스튜디오로 향했다. 

작업실은 지하에 있었고, 바깥을 볼 수 있는 창문은 없었다. 그래도 답답한 느낌은 없었는데, 시야가 확 트인 공간에 있는 듯한 기분이었다. 그 속에서 그림들은 막힘없이 존재하며 감상에 방해가 될 요소는 전부 밖으로 환기하고 있었다. 숨을 깊게 들이쉬고 꼭 그만큼 내쉬면서 맑은 기운에 대한 생각을 걸음에 내비쳤다. 상쾌함은 그림으로부터 비롯된 것일까. 그림 숲에서 산림욕을 한다면, 그때의 기분은 이와 같을 거로 생각하며 여유롭게 작업실을 산책했다.

추계예술대학교. 

추계예술대학교에서 오픈스튜디오를 보는 것은 처음이지만, 그 전에 졸업 전시를 이미 본 적이 있기에 학교 자체는 상당히 익숙하다. 친밀감이 든다고 할까, 왠지 낯선 지역에서 평소 타고 다니는 버스를 본 느낌이다. 

6번의 졸업 전시는 공통으로 추계예술대학교 창조관 3, 4층에 위치한 현대미술관에서 진행되었다. 학교를 여러 번 왔어도 가는 곳은 한정되어 있었기에, 새로운 공간에 대한 기대가 점점 커졌다.


학교에서 진행되는 오픈스튜디오의 소식은 대게 그 학교에 재학 중인 분들을 통해 알게 되는 경우가 많다. 앞서 소개한 홍익대학교와 동덕여자대학교, 그리고 이번 추계예술대학교 오픈스튜디오도 그와 같은 경로로 알게 되었다. 그 밖의 다른 경로로는 학교 SNS 계정에서 확인하게나 알고리즘 등이 있다. 

2022 

– 추계예술대학교 서양화과 졸업전시《환상교차로》, 2022.11.22 – 11.28,
– 추계예술대학교 창조관 3, 4층 C21 추계예술대학교 동양화과 졸업전시《차곡차곡》, 2022.12.08 – 11.14, 추계예술대학교 창조관 3, 4층 C21
– 추계예술대학교 판화과 졸업전시《PLAN PLAIN PLATE》, 2022.11.30 – 12.06, 추계예술대학교 창조관 3, 4층 C21, 추정기념관 B1, 추정아트홀 

2023 

– 추계예술대학교 서양화과 졸업전시《ad – vent – age》, 2023.11.30 – 12.06, 추계예술대학교 창조관 3, 4층 C21, 지사관 3F 402, 406호
– 추계예술대학교 동양화과 졸업전시《”아 – “》, 2023.11.21 – 11.27, 추계예술대학교 창조관 3, 4층 C21
– 추계예술대학교 판화과 졸업전시《ad – vent – age》, 2023.12.12 – 12.18, 추계예술대학교 창조관 3, 4층 C- 21

< 2023 추계예술대학교 동양화과 오픈스튜디오 >
“흔적의 언어”
2023.12.13 – 12.17, 추계기념관 304호, 지사관 201호, 301, 302, 305, 306호

오픈스튜디오가 진행 중인 지사관은 추계예술대학교 정문에서 바로 왼쪽에 위치한 건물이다. 그 앞은 지나친 횟수에 비해 건물 안으로 들어가는 건 두 번밖에 되지 않는데, 처음은 2주 전 서양화과 졸업 전시 때였다. 그래도 이미 한 번 가보았던 곳이라 입구에 들어서며 그리 어렵지 않게 익숙함을 찾을 수 있었다. 여느 때와 다름없이 느긋하게 걸으며 주변을 둘러보다 한곳에 머물렀다. 마치 느린 해류 따라 해안으로 흘러온 조각배가 부두 어느 공간에 정박하듯 조용하게. 

지금까지 경험에 비춰보면, 그림에 대한 기호는 그것을 보자마자 결정되는 경우가 허다했다(사실 전부인지도 모른다). 눈앞에 있는 그림이 좋을 때 나타나는 반응으로는, 

보자마자 웃거나, 남몰래 속으로 연이어 감탄한다. 

넋을 놓고 바라본다. 

좋아하는 사람 곁을 서성거릴 때처럼 주변을 맴돈다. 

이와 같은 것들이 있지만, 높은 확률로 동시에 이루어지곤 한다. 찰나의 순간에서 비롯된 과정은 지극히 직관적이고, 그래서 그런지는 몰라도 내겐 이유가 없다. 마주하고 있는 그림이 좋은 이유가. 구상이라든가, 색감이라던가 하는 그림의 본질적인 요소보다는 그림이라는 존재 자체가 앞서 다가와 비킬 생각을 하지 않기 때문에 이유가 들어올 자리가 없는 게 아닐까?그림이 좋은 이유를 찾고자 한다면, 못 찾을 것도 없다고 생각하면서도 그림 자체를 좋아만 하기도 바쁜 까닭에 계속 미뤄둔다. 이번 오픈스튜디오에서 “그림의 어떤 점이 좋으세요?”, 하고 누가 내게 물어보았다면, “별다른 이유 없이 그냥 좋아요” 이렇게 대답하지 않았을까.

글 이미지: 이웃 승규님

리뷰가 없습니다 아직입니다. 첫 번째 수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