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에 갇힌 별을 보는 방법

안녕하세요. 옆미 이웃으로 활동하고 있는 리입니다.

이번에는 제가 기획에 참여한 전시
《돌에 갇힌 별을 보는 방법》 
에 관한 에세이입니다.
직접 참여한 전시에 대한 이야기라 그런지
더욱 애정이 가네요. 재미있게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2024년 06월 06일
이웃 리님

길을 걷다 문득 발에 채인 돌 속에 별이 있으리라 상상하는 사람이 몇이나 있을까아니, 애초에 누가 발끝에 채이는 돌부리를 가만히 집어 먼지를 툭툭 털고 다정히 들여다보겠는가네모반듯한 빌딩 사이에 난 길을 걷는 그 누구도 돌을 집어 들지 않는다.그저 앞만 보고 걷는 오늘날의 우리들에겐, 소위별 가치 없는 것을 들여다볼 여유조차 없다
우리는 그간 너무 바쁘고 메마르게 살아가느라, 주변 모든 것을 차분히 살피는 법을 잊었다.

― 전시 서문 중

길을 걷다 문득 발에 채인 돌 속에 별이 있으리라 상상하는 사람이 몇이나 있을까아니, 애초에 누가 발끝에 채이는 돌부리를 가만히 집어 먼지를 툭툭 털고 다정히 들여다보겠는가네모반듯한 빌딩 사이에 난 길을 걷는 그 누구도 돌을 집어 들지 않는다그저 앞만 보고 걷는 오늘날의 우리들에겐, 소위별 가치 없는 것을 들여다볼 여유조차 없다우리는 그간 너무 바쁘고 메마르게 살아가느라,
주변 모든 것을 차분히 살피는 법을 잊었다.

― 전시 서문 중

《돌에 갇힌 별을 보는 방법》은 동덕여자대학교 큐레이터학과 학부생 20명이 힘을 모아 기획한 기획전시입니다. 전시는 2024 5 31일부터 6 7일까지 동덕여자대학교 예지관 9층 전시기획실습실 (953)에서 진행되며, 흔히 의미 없는 것으로 간주되며 잊혀진 사물들이 각자의 자연스러운 삶을 되찾아가는 묵묵한 여정을 조명합니다. 마치 돌에 갇힌 별을 발견하듯, 잊혀진 사물 속에 깃든 빛을 찾아내고자 하는 바람이 전시에 담겨 있습니다.

미술대학 학부생의 전시라 하면, 흔히는 학부생의 작품을 선보이는 것을 떠올리기 쉽상입니다. 하지만 《돌에 갇힌 별을 보는 방법》은 학부생들이 직접 기획자로서 참여합니다. 전시의 주제를 선정하는 것에서 시작해, 작가를 섭외하고 각자 업무를 나누어 맡아 주어진 일을 열심히 해냅니다.

기획팀은 전시의 주제를 깊이 고민하고 그 메시지를 글로 빚어냅니다. 교육팀은 관람객을 위한 도슨트 프로그램뿐만 아니라, 다양한 연계 프로그램을 기획하여 전시를 풍성하게 만들어요. 또한 제작팀은 작품의 배치를 구상하고 설치 및 전시장 관리를 직접 담당하며, 홍보/출판팀은 도록과 리플렛 같은 출판물을 제작하고 전시를 외부와 잇는 다리 역할을 합니다.

사담이지만, 저는 홍보/출판팀으로서 이번 전시에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홍보와 출판은 전시 기획과는 별개의 업무처럼 보일 수 있지만, 포스터와 리플렛, 도록을 관할하고 외부에 전시를 알리는 일은 중요하죠. 전시의 메시지를 가장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방법을 고민하는 것이 바로 저희의 임무입니다.

세 달 동안 열심히 준비한 전시가 일주일 만에 반짝하고 끝나는 것이 아쉬운 마음입니다. 그래서 도록, SNS 및 홈페이지에 전시를 세세히 기록하려는 마음으로 임했어요. 단순히 전시를 홍보하고, 전시 정보를 시각화하는 매체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지난 세 달간의 순간들과 이야기를 간직할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있습니다. 비록 전시는 일주일 만에 끝나지만, 우리의 기록이 전시의 여운을 오랫동안 남길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

전시 구성에 대한 고민도 많았는데요. 작품들은 단순히 크기나 주제에 따라 의도한 순서대로 배치된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관람객들이 전시 공간을 순환하면서 자연스럽게 별을 발견하는 여정을 떠날 수 있도록 구성되었어요. 물 흐르듯, 바람에 실려, 자연스럽게 전시장을 거닐며 찬찬히 생각해보시면 됩니다. 그러한 과정에서 잊혀진 사물 속에 담긴 빛을 찾아내는 경험을 하시기를 바랍니다.

다시 돌아와서, 우리는 과연 어떻게 돌에 갇힌 별을 볼 수 있을까요? 강동주, 권도연, 권용주, 김영글, 그리고 문서진은 각자의 시각과 접근으로 은은한 메시지를 전합니다.

《돌에 갇힌 별을 보는 방법》 전시 전경

전시장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강동주의 <기대는 빛> 연작이 시선을 사로잡습니다. 햇살이 창문을 통과하며 남긴 섬세한 빛 줄기, 창틀에 쌓인 먼지, 그리고 그 위에 조심스럽게 놓여있는 작가의 손길. 이 모든 요소가 어우러져 시간의 흐름과 공간의 깊이를 표현합니다. 창 표면에 가해지는 압력, 압력차로 인해 생기는 공간, 그리고 그 공간에 떨어지는 먹지 안료는 마치 빛이라는 존재가 세상과 소통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듯합니다.

《돌에 갇힌 별을 보는 방법》 전시 전경
권용주, , 2016, 풍란, 시멘트, 빗자루, 마포걸레, 붓, 노끈, 주걱 등, 168x121x41.5cm

권용주의 <석부작>은 자연의 힘과 인간의 조작이 만나는 지점을 담은 작품으로, 풍란과 기암절벽의 조화가 그 주제를 이룹니다. 석부작이란 전통적인 취미생활을 모태로 하지만, 그의 작품은 전통에서 벗어나 고급이 아닌 재료와 현대적 기술을 활용하여 새로운 감성을 전합니다. 시멘트 파편, 폐지, 대걸레와 같은 소재들이 기암절벽의 형상을 이루며, 그 위에 자리한 풍란은 저항과 생명력을 상징적으로 표현합니다.

<똥밭에 굴러도 이승이 낫다>는 권용주의 다른 작품으로, 시멘트 블록에 새겨진 속담이 주목을 끕니다. 작품은 덩그러니 놓인 별돌과 함께 비석을 연상시키며, 영어 제목인죽은 영웅보다 살아있는 겁쟁이가 낫다는 두 문장은 생존과 용기를 다시금 곱씹게 합니다. 권용주는 이렇게 현실의 단면을 담은 작품을 통해 우리의 삶과, 삶의 의미를 되새겨 보게 합니다.

권도연, 의 아카이브, 2015, 사진, 40x50cm

권도연의 <고고학>은 작가가 동네를 거닐며 개들이 주목하는 곳에서 발굴 작업을 하는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그곳에서 발굴된 물건들은 일상적으로는 쓰레기로 여겨질 수 있지만, 작가는 이들에게 새로운 시선을 부여합니다. 그는 사물의 새로운 가능성을 탐구하면서 사후 세계에 대한 흥미를 느끼며 물건을 발굴합니다. 사물의 용도를 찾는 것보다는 오히려 사물 그 자체에 집중하는 것이죠. 어쩌면, 익숙한 사물을 다르게 상상하는 시선이 우리의 삶을 조금 더 재미있게 만드는 것은 아닐지 생각해봅니다.

김영글, , 2019, 수집한 멸종 동물 우표, 성경 카드, 종이에 피그먼트 프린트, 콜라주, 35x37cm(액자 포함)

작품들은 각자의 이야기를 간직하고 있습니다. 김영글의 <Unposted Letters>는 멸종 위기 동물 우표를 수집하여 콜라주한 작품입니다. 공룡부터 오스트랄로피테쿠스, 그리고 도도새까지한 자리에 모이기 힘든 동물들이 함께하고 있습니다.. 19세기 초 성경 카드 이미지를 배경으로 사용함으로써 비현실적인 낙원의 느낌을 자아냅니다. 더불어, 멸종 동물들의 학명, 멸종 시기, 사유가 표기된 인쇄물 한 장도 함께 전시되어 있습니다. 많은 동물들이 인간의 손에 의해 사라져갔고, 공룡은 지금은 묵직한 화석으로 남아역사적인 사료로 존재합니다. 이 작품은 잊혀진 자연의 주인들에게 전하는 메시지이며, 미래의 세대들이 다시 그들을 기억하고 되새기길 바라는 편지입니다.

문서진, , 2016, 퍼포먼스/영상, 20분

마지막으로, 문서진의 <내가 그린 가장 큰 원>은 발을 바닥에 고정하고 온몸을 최대한 뻗어, 먼 곳에 선을 그리는 퍼포먼스를 담은 영상입니다. 손과 발의 감각에만 의지하여 몸을 컴퍼스 삼아 원을 그리는 문서진은, 고통을 무시하고 선을 그리는 순간에만 몰입합니다. 이 과정에서 그의 생각은 최선을 다하는 열망과 하나가 되어 마음을 고요하게 합니다. 결과를 알 수 없지만 매 순간을 집중하며 완벽한 선을 그려냅니다. 원을 그리는 그 과정은 우리의 삶을 닮아있습니다. 우리도 결과를 알 수 없는 삶의 여정에서 매 순간 최선을 다하며 살아가는 모습이 그렇습니다.

작품들은 우리에게 생각할 거리를 던져줍니다. 우리는 얼마나 많은 것들을 놓치고, 잊어버리며 살아가고 있는 걸까요? 바쁜 일상에 휩싸여 있을 때, 곁에 있는 것들을 놓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럴 때면 마치 돌 속에 갇힌 별처럼 소중한 것들이 가려져 보이지 않는 것 같습니다.

돌에 갇힌 별은 과연 무엇일까요. 돌에 별이 갇혀있기나 한 걸까요? 어쩌면 돌은 그저 돌일 뿐일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그 돌 속에서 반짝이는 별을 발견하는 것은 우리의 시선과 마음에 달려있습니다.

전시장을 나서며, 한 발씩 다정히 들여다보고 주변에 있는 것들에 대해 더 많은 관심을 기울이기를 바랍니다. 돌 속의 별을 찾는 것이 어려운 일이라면, 이제는 우리의 삶 속에서 잊혀진 것들을 다시 발견하고 소중히 여기며 살아가는 방법을 찾아가는 것이지요.

 

다섯 명의 참여 작가들에게 공통적으로돌에 갇힌 별을 무엇이라고 생각하냐고 질문했는데요. 이들의 답변이 흥미로워 공유하고자 합니다.

 

강동주: 삶의 많은 부분들은 어쩔 수 없이 발생하는 상실을 중심으로 직조된다고 생각한다. 삶과 연결된 고통과 상실을 다루는 연민의 관계들이 만들어낸 형상이 아닐까.”

권도연: 사회에서 버려지는 약자나, 성소수자, 노동자 그리고 야생동물들이 떠오른다. 약자들의 아름다움을 발견하려는 과정은 돌에서 별을 찾는 과정과 닮았다.”

권용주: 고대 조각가인 미켈란젤로는 재료 속에서 작업을 찾았다. 형태에서 유사성을 발견하고, 형태 내부에서의 가능성을 탐구한 이야기가 떠올랐다.”

김영글: 인간의 마음이 돌 속에 갇힌 별이면서, 인간의 마음으로는 알 수 없는 많은 것들이 사실은 돌에 갇힌 별일 텐데어렵다.”

문서진: 돌을 보며 그 안의 별을 바라볼 수 있다면, 삶을 이루는 별다를 것 없는 것들이 얼마나 풍부한 이야기들로 채워질 수 있을까…”

 

여러분들도돌에 갇힌 별이 무엇인지 곰곰이 생각해보며 본인만의 해석을 찾아보시길 바랍니다.
《돌에 갇힌 별을 보는 방법》 여러분에게 작은 영감이 되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글 이미지: 이웃 리 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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