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서 와요, 오픈스튜디오에. (VOL 2)

2024년 05월 13일
이웃 승규님

목차

– 서울대학교

– 성신여자대학교

– 이화여자대학교

서울대학교

서울대학교에 처음 간 날은 작년 4월 4일이었다. 서울대학교 미술관에서 진행되었던 전시를 보기 위한 여정에 구름 낀 하늘이 함께했다. 당시엔 관악산역 1번 출구로 나와 학교까지 걸어갔었다. 서울대입구역 3번 출구에서 버스를 타고 가는 경로도 있는데, 그때 이후로 줄곧 이 경로를 이용하고 있다. 어떤 경로로 가든 공통으로 멀다는 느낌은 다분하지만. 미술관은 정문에서 가장 가까운 곳에 있기에 찾는 데 어려움은 없었다. 그런데 너무 입구와 근접했던 것일까? 서울대학교에 가긴 했지만, 왠지 현관문만 열고 내부로 들어가지 않은 느낌이 들었다.

– < 시간의 두 증명 – 모순과 순리 >, 2023.03.24 – 05.28, 서울대학교 미술관

지난 4월 이후 8개월가량의 시간이 흘렀다. 오랜만에 서울대학교로 간 당일(12.07)은 운이 좋게도 여러 전시가 시작하는 날이었다. 졸업 전시 기간이었기에 오픈스튜디오뿐만 아니라 여러 전시를 볼 수 있었다. < 서울대학교 미술대학 석사, 박사 학위 청구전 2023 >, 2023.12.07 – 12.17, 서울대학교미술관 < 2023 서울대학교 조소과 졸업 전시 >, 2023.12.07 – 12.10, 미술대학 51동, 52동, 74동 < 2023 서울대학교 동양화 졸업 전시 >, 2023.12.07 – 12.10, 미술대학 50동, 51동, 52동, 74동 각각의 전시는 여러 곳에서 진행되었기에, 전에 와보았던 미술관을 제외하곤 찾는데 꽤 고생했다. 지금까지 처음 가는 학교라도 제법 잘 찾아다녔는데, 이번엔 헤맸다. 운을 충전할 시간이 되었는지도 모른다. 미술대학 50동, 51동, 52동, 74동을 찾아다니며 차곡차곡 걸음을 쌓았고, 그렇게 머릿속에 지도를 그려나갔다. 다음에 왔을 때는 이 지도의 덕을 크게 볼 테지.

 

< 서울대학교 동양화과 석, 박사 오픈스튜디오>
“8일장”
2023.12.07 – 12.15 예술복합연구동(74동) 406호

이번 오픈스튜디오에선 참여하시는 분께 설명을 들었다. 탈영역우정국에서 진행되었던 전시*로 알게 된 분이었다. 오픈스튜디오에 참여하신다는 소식을 접하고 방문 전 미리 연락드렸다.

「 “내일 오픈스튜디오 보러 가는데, 시간 괜찮으시면 봬요!” 」

갑작스레 하루 전에 연락한 것이라 뵙지 못한다면 어쩔 수 없다고 생각했었는데, 다행스럽게도 시간이 되어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작업에 대한 설명과 관련 정보(작업의 배경이 된 곳, 가장 최근에 작업한 작품 등)도 듣고, 이전에 전시에서 보았던 작품도 보며 신기하고 반가운 느낌을 주워 담았다. 충분한 크기의 주머니라도 있는 듯 손길에 주저함은 없었다. 그동안 궁금했었던 동양화에 쓰이는 종이(장지, 한지, 순지)에 대한 질문 – 각각이 어떤 차이가 있는지 – 과 이에 대한 답변도 듣고 작업에 쓰이는 종이를 실제로 만져볼 수 있었다. 전시에서 촉각이란 감각은 특별한 경우가 아니고서는 쉬이 혹은 마땅히 배제되기 마련인데, 그날만큼은 손끝에 외로움이 없었다.

* < 야외 설치형 이젤 >, 최형준 개인전, 2023.06.23 – 07.09, 탈영역우정국

야외 설치형 이젤, 탈영역우정국
오픈스튜디오
오픈스튜디오
오픈스튜디오

덧.

‘동양화에 쓰이는 종이(장지, 한지, 순지)에 대한 질문’

  • 답변
    종이에 따라 두께의 차이가 있고, 그 차이가 각각의 종이로 작업할 때 다방면으로 영향을 미친다고 기억한다. 그때 이후로 시간이 흘러 세세히 떠오르지는 않지만. 어찌 보면 그날의 느낌만 남은 걸까?

  • < 야성의 부름 >, 2023.08.18 – 09.03, 래빗앤타이거갤러리에서 봤던 작품을 예상치 못하게 이번에 다시 보았다. 해당 작가님이 전시에 참여하신다는 걸 알지 못한 상태라 그런지 무척 반가웠다. 무지는 때때로 반가움의 계단을 두세 개씩 성큼 오르는 듯하다.

오픈스튜디오
, 래빗앤타이거갤러리
오픈스튜디오
, 래빗앤타이거갤러리

< 서울대학교 대학원 서양화과 오픈스튜디오 >
“어디세요? 눈 앞에 뭐가 보이세요?”
2023.12.07 – 12.10 예술복합연구동(74동) 308, 309, 315호

서양화 오픈스튜디오는 동양화 오픈스튜디오 바로 아래층에 있었다. 예술복합강의동 엘리베이터를 타고 4층으로 올라가던 중 벽면에 붙어있는 포스터를 통해 서양화 오픈스튜디오 소식을 접하게 되었다. 예상하지 못한 일이 있을 때마다 이를 기록하는 노트가 있다면, 그것의 이름은 아마 외마디 감탄사, “오!”일 것이다. 「 오! 」 동양화 오픈스튜디오를 뒤로하고 서양화 오픈스튜디오로 향했다. 계단으로 내려오면서 주변을 둘러보았는데, 엘리베이터 안에서 볼 때와는 확연히 다른 인상을 받았다. 물론 볼 수 있는 풍경이 늘어난 것도 있지만, 동일한 지역을 바라보더라도 보다 입체적인 느낌이 들었다. 어떤 대상을 파악하는 데 걸음은 제법 유용한 수단인지도 모른다. 이번에 서울대학교 곳곳을 돌아다니며 느꼈던 것이 발밑에 꼭 붙어 여정의 마지막에 앞장섰다.

오픈스튜디오에 들어서자, 광활한 풍경을 마주한 느낌이 들었다. 탁 트인 공간에 큼직한 그림들이 군락을 이루고 있다. 각각의 부락은 거리상 서로 동떨어져 있지만, 고립되었다거나 고독하다거나 하는 느낌은 들지 않는다. 이들을 보고 있으니, 키를 훌쩍 뛰어넘은 나무를 올려다볼 때 목에서 느껴진 뻐근한 감각이 손끝에 닿은 듯했다. 한 자세로 5분 동안 굳어 있는 것. 이는 생각보다 어려운 일일 테지. 이번 오픈스튜디오의 제목 그대로 누군가 말 건다. “어디세요? 눈 앞에 뭐가 보이세요?” 그 말의 억양은 왠지 사방에서 불어온 바람을 떠올리게 한다. “광활한 풍경의 복판입니다. 제 키 만한 그림들이 보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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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신여자대학교

2022년 6월 2일. 이날엔 두 가지의 처음이 공존했다. 하나는 성신여자대학교에 처음으로 간 것이고, 다른 하나는 학교에서 처음으로 보는 전시*라는 것이다. 각각을 양어깨에 올려놓고, 평소보다 자주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그럴 때마다 시야의 귀퉁이에 처음이 있었다고 기억한다. 처음이란 것에 대해 생각할 때면, 왠지 모르게 눈을 감고 앞으로 걷는 것과 눈을 똑바로 뜬 채 뒷걸음질하는 느낌이 든다. 그저 아득하다는 말로는 충분하지 않은 직성일까. 그날 봤던 전시는 동양화 대학원 전시였다. 지인분의 SNS를 통해 전시 소식을 접하게 되었다. 그 후로 성신여자대학교에 갈 일이 많았다. 전부 전시를 보러 간 것이지만. 아마 모교를 제외한 학교 중에서 가장 많이 간 곳이 아닐까, 하고 생각한다. 처음 정문에 들어서며 느꼈던 모든 게 새로운 느낌은 지금도 여전히 남아있다. 학교에 갈 때마다 양어깨를 슬며시 바라본다. 예전처럼 그렇게 자주 두리번거리지는 않지만. 그곳엔 항상 익숙한 것이 있다.

*< 성신여자대학교 일반대학원 동양화과 과제전 >, “제목을 입력하십시오”, 2022.06.02 – 06.08, 성신여자대학교 수정관 가온갤러리

2023 성신여자대학교 동양화과 졸업전시 / 오픈스튜디오 

“ORIENTAL PAINT_____INg” 

2023.11.28 – 12.03 수정관 가온갤러리, 난향관 파이룸, 조형 1관 1, 3, 4, 5F

성신여자대학교 조형 1관

성신여자대학교에서 주로 수정관에 위치한 가온갤러리에서 전시를 보았다. 가끔 난향관에 있는 파이룸과, 조형 1관 1층에서 전시를 보곤 했는데, 경우는 그리 많지는 않았다(석사청구전의 경우가 아니고서는 전시는 대게 가온갤러리에서 이루어졌다). 개인적으로 파이룸 공간을 무척 좋아하는데, 전시를 볼 기회가 적어 항상 아쉬웠었다. 그곳에 가면 반투명한 창으로 쏟아지는 빛이 이 정도면 근사하지 않냐고 말을 건다. 동양화 졸업 전시는 오픈스튜디오와 함께 진행되었다. 알고 보니 성신여자대학교 졸업 전시는 매년 이와 같이 이루어진다고 한다. 이번에만 특별히 하는 줄 알고, 굉장히 운이 좋다고 생각했었는데. 흠, 그래도 물론 매년하는 게 좋다. 드문 네잎클로버보단 흔한 세 잎 클로버에 더 마음이 쓰이는 일상. 이번 졸업 전시는 가온갤러리, 파이룸, 조형관에서 이루어졌다. 오랜만에 파이룸에서 전시를 보았고, 그동안 조형관은 1층만 갔었는데, 처음으로 엘리베이터를 타고 위층으로 이동하는 경험도 했다. 그동안 알지 못했던 오랜 친구의 습관을 발견한 듯한 기분으로 학교 전역을 돌아다녔다.

성신여자대학교 수정관 가온갤러리
성신여자대학교 난향관 파이룸

그동안 보았던 오픈스튜디오와는 다르게 이번 오픈스튜디오는 졸업 전시와 함께 진행되다 보니 마지막이라는 생각이 뚝뚝 흘렀다. 금방 감은 머리에서 떨어지는 물방울처럼. 수건을 찾아 머리에 두르면, 그 무렵을 잠시 잡아둘 수 있을지. 괜한 감상에 젖는 게 썩 괜찮은 일이라고, 무언가 말했다.

오픈스튜디오
오픈스튜디오
오픈스튜디오
오픈스튜디오

이화여자대학교

이화여자대학교에 처음 갔던 건 2022년 11월 18일로, 방문 목적은 여느 때와 다름없이 전시*를 보기 위함이었다. 사진첩을 넘기며 처음으로 찾아가는 여정은 생각보다 길게 느껴졌다. ‘이렇게나 오래됐었나…?’ 기존의 기억과 실제 사이의 간극이 예상의 크기를 훌쩍 뛰어넘은 탓이다. 전시는 조형예술관 A동 2층에 있는 이화아트센터에서 진행되었는데, 전시장에 처음 들어선 순간 앞으로 이 공간은 무척 좋아하겠구나, 하고 생각했다. 평소 층고가 높은 공간을 선호하는 편이라 그림 보는 틈틈이 천장을 올려다보았다. 마음에 드는 공간을 만나는 건 마음에 드는 그림을 만나는 것만큼이나 인상의 깊이를 깊게 한다. 그것의 밑바닥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그날엔 그림과 공간이 성실하게 앞선 작업을 수행했다.

*< 검은 물, 하얀 불 >,

서양화 박사학위 청구전,

2022.11.15 – 11.18, 조형예술관 A동 2층 이화아트센터

< 이화여자대학교 일반대학원 조소 전공 오픈스튜디오 > 

2023.06.13 – 06.16, 조형예술관 A동 210호

학교에서 본 첫 번째 오픈스튜디오는 이화여자대학교 일반대학원 조소 전공이었다. 이날 이화여자대학교를 방문한 건 사실 디자인 학부 졸업 전시를 보기 위함이었다. 디자인 관련 전시는 본 기억이 없던 터라 한 번 보는 게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경험이 디자인뿐만 아니라 그동안 봐왔던 회화나 조소에 신선한 자극이 되지 않을까, 하고. 디자인 졸업 전시는 이화여자대학교 ECC B4 극장과 조형예술관 A동 이화아트센터에서 진행되었다. ECC B4 극장은 초행이라 우선 익숙한 – 게다가 좋아하는 공간인 – 이화아트센터로 향했다. 조형예술관 계단에서 조소 전공 오픈스튜디오가 있다는 포스터를 발견했다고 기억한다. 학교에 갈 때마다 포스터가 붙어 있으면, ‘오늘 하는 전시가 있나?’, 하고 유심히 살펴보곤 하는데, 마침 오픈스튜디오가 진행되고 있었다.

「 오! 」 오픈스튜디오는 조형예술관 A동 210호에서 진행되었기에 이화아트센터와 동일한 층에 있었다. ‘생각보다 가까이 있네’ 생각하며 그렇게 별다른 수고 없이 첫 오픈스튜디오를 보게 되었다.

처음 들어가 본 작업실, 그 속엔 모든 것들이 새롭게 펼쳐져 있었다. 예상하지 못한 일의 중점에서 가만히 기대의 바깥을 보았다. 아직 잠이 덜 깬 아이가 졸음이 올망졸망 묻어 있는 얼굴로 놀이동산에 도착했을 때의 기분이었을까. 신기함의 색채는 선명한 정경과 조화로이 어울려 그곳엔 외따로이 놓인 건 무엇도 없었다. 심지어 나조차도.

오픈스튜디오
오픈스튜디오
오픈스튜디오
오픈스튜디오
, The Coordinate_part 1, 2023.06.13 - 06.18, 이화여자대학교 ECC B4 극장, 조형예술관 A동 이화아트센터

< 이화여자대학교 동양화 석사 오픈스튜디오 2023 >
2023.11.21 – 11.26 이화여자대학교 조형예술관 A동, 2층, 5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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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조소 전공 오픈스튜디오에 이어 이화여자대학교에서의 두 번째 오픈스튜디오다. 동양화 석사 오픈스튜디오는 졸업 전시 기간과 겹쳐 교내에서는 다양한 전시가 진행되고 있었다. 동양화 / 서양화 / 조소전공 / 섬유예술 / 도자예술전공, 무려 다섯 개의 졸업 전시였다. 도자예술전공 졸업 전시를 제외한 나머지는 조형예술관 A동에서 진행되었기에 A동 곳곳을 돌아다니며 무척 알찬 시간을 보냈다. 도자예술전공 졸업 전시는 조형예술관 B동에서 진행되었다. 뒤늦게 이 사실을 알았을 때는 이미 전시 기간이 끝난 뒤였다. 등잔 밑이 마치 별조차 뜨지 않아 깜깜한 밤처럼 어두웠다기보다는 예상을 뛰어넘은 전시의 수에 그저 여력이 부족했는지도 모른다. 무엇이 됐든 아쉽다는 것은 변함없지만.

졸업 전시를 둘러 본 후 오픈스튜디오로 향했다. 오랜 시간 걸어다녔기에 상당히 지친 상태로 마주한 그림들은 피로를 얼마간 괄호 속에 넣었다. 피곤의 생략은 충전과는 조금 다른 느낌이었지만, 오픈스튜디오를 보는 내내 하루의 첫 전시를 보는 듯했다. 작업실에서 작업실로 이동하는 사이 걸음은 엷게 그림자를 바닥에 드리웠다. 그것을 길게 늘려 매듭을 지을 수 있다면 어떤 모양이 될지 생각하는 게, 마주한 그림들을 맞이하는 방법이 될까. 도리어 그림들이 내게 온다.

맑은 날씨엔 지나침이 없고, 작업실의 문은 열려 있다.

덧.

최근에 이화여자대학교 동양화, 서양화 대학원 오픈스튜디오를 다녀왔다. 갓 나온 빵처럼 무척 따끈따근한 느낌이었다.

< 이화여자대학교 동양화 석사 오픈스튜디오 2024 >
2024.04.24 – 04.28
이화여자대학교 조형예술관 A동 2층, 3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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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4년도 이화여자대학교 일반대학원 서양화 전공 오픈스튜디오 >
“그려봐요, 대학원 숲”
2024.04.24 – 04.28 이화여자대학교 조형예술관 A동 4층 서양화 전공 대학원 실기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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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이미지: 이웃 승규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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